우리나라 신분등록제도의 유구한 역사, 한눈에 살피다!_가족관계등록제도 시행 10주년 기념 기획전시

현장 속으로

2018.05.02

지난 2008년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이념에 기초해 가(家) 단위 신분등록부 편제 방식의 호적제도가 폐지되면서 시행된 가족관계등록제도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여 법원행정처 법원도서관 주관으로 열린 기획전시 <우리나라 신분등록제도의 어제와 오늘>은 우리나라 신분등록제도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희귀 자료들이 다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과거·현재 아우르는 다양한 자료 전시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6일까지 열린 이번 기획전시는 완비된 신분등록제도의 토대가 된 「호적법」 초안과 가족관계등록제도 시행으로 폐지된 취적·전적·입적·호주승계 등과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함으로써 과거의 제도를 돌아보고 가족관계등록제도에 관한 자료로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개정’자료와 ‘현행 가족관계등록사항별 증명서 서식’을 전시해 가족관계등록제도의 성과를 살필 수 있도록 기획 구성됐다. 더불어 북한의 「공민등록법」과 「가족법」도 전시돼 북한 신분등록제도에 대한 이해를 넓혀 다가올 통일에 대비하고자 했다.

전시장에는 특히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신분등록제도 등 과거 우리나라의 신분등록에 관해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호적문서인 「고려말 화령부 호적 문서」에는 이성계 가문의 노비호적 등 40호의 호적이 포함돼 있는데, 이성계가 보관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1421년 보성군에 살고 있던 선중의(宣仲義) 집안의 호적문서인 「보성 선씨 호구정장」, 1528년(중종 23년)에 만들어진 「안동부(安東府) 호적 단편」, 조선시대 장흥부에서 발급한 이주한(李柱漢)집안의 준호구, 한 세기 한 고을의 호적대장인 「경상도 단성현 호적대장」 등 높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자료들이 전시됐다.

가족관계등록제도 역사 통해 미래 방향 조망

일제강점기의 「조선호적령」, 창씨개명된 성명과 연령 등이 적힌 1943년 종현부(鍾懸部)에서 발행한 호적부, 창씨제도에 의해 변경된 조선성명의 간이복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선성명복구령」 등의 자료도 전시됐다.

가족관계등록제도 시행 이후로는 특히 독립유공자 신채호의 가족관계등록 창설을 허가하는 결정이 담긴 내용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일제강점기 호적등재를 거부하거나 국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호적을 취득하지 못한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선양하고 유족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구 호적 없이 사망한 독립유공자에 대해서는 가족관계등록을 창설할 수 있도록 했던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2009년 2월 6일 개정) 시행의 시금석과 같은 결정으로 의미가 크다.

더불어 대법원은 한국가족법학회와 함께 <가족관계등록제도 시행 10주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해 가족관계등록제도의 성과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번 기획전시와 학술대회는 향후 가족관계등록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발전에 토대를 놓는 기반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취재·사진 안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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