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Think Different)_<한국인의 경영코드> 저자, 이동규 교수의 인문경영 융합특강

현장 속으로

2017.12.04

속으로

법대를 졸업한 후 경영학을 전공한 이동규 교수는 정부, 공공기관 및 기업 경영평가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불린다. 특히 문제의 핵심을 알기 쉽고도 예리하게 전달하는 그의 촌철살인 강연은 모든 청중을 매료시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1월 15일(수) 법원도서관 주최로 열린 그의 특강에서도 강연 내내 웃음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 뜨거웠던 현장을 소개한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한국품질경영학회/ 생산관리학회 부회장, 서비스경영학회 이사
국내 대기업, 공공기관 정책·경영자문교수
전)행자부 정부혁신관리위원(대통령 표창)
전)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정부경영평가팀장

강민구 법원도서관장의 소개로 강단에 오른 이동규 교수. 그는 “한국 최고의 법관들 앞에서 법치를 넘어 이치에 대한 인문학과 경영학의 융합 강의를 하겠다”면서 “재미난 영화 한 편 본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열흘간 여행하고 왔다는 이탈리아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인 ‘천지창조’를 보여주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이 천장화는 미켈란젤로가 홀로 4년 반이라는 시간을 들여 완성한 것으로 자신의 한계와 싸워 이긴 대표적인 걸작으로 통한다. 세기의 인물로 이야기되는 미켈란젤로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목표가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위대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 각자 돌아보자는 당부가 이어지자 참석자들은 공감의 뜻을 표했다.

2시간의 강연에서 이 교수는 바람직한 리더상과 조직문화 등을 다룬 그의 베스트셀러 <한국인의 경영코드>의 핵심 내용을 최근의 예시로 쉽게 풀어냈다. 이번 특강에서 호응이 가장 컸던 대목은 직원존중, 즉 ‘People 1st’에 관한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경영 성과를 언급하면서 변함없이 늘 하는 말인 ‘변화’와 ‘혁신’이라는 두 글자를 버리고 그 자리에 ‘사람’을 세우라고 그는 말했다. 기존의 ‘모든 고객은 왕이다’라는 식의 맹목적인 명제 대신 ‘만족한 직원이 만족한 고객을 만든다’라는 것이다. 요컨대 진정한 고객만족은 직원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그 전제로서 “절대로 아무나 뽑지 마라(hire carefully)”는 점도 분명히 제시했다. 또한 사우스웨스트, 페덱스, 리츠칼튼 등의 경영철학을 비롯하여 대표적인 감정노동 영역인 콜센터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대법원 역시 구성원들이 만족해야 대국민 사법 서비스의 만족지수가 높아진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한 의료, 공항 등에 이어 사법부도 세계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만큼 사법시스템과 노하우 수출 등 ‘한류 4.0’ 시대를 열어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달 연하도서(표준협회미디어 간행)로 발간하는 신작 <두줄칼럼>을 소개하자 장내에는 ‘우와’ ‘이야’ 하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예컨대 ‘창조란 최초의 생각이다’ ‘직(職)으로 가면 업을 잃고, 업(業)으로 가면 직을 얻는다’ ‘단점 개선의 유혹에 빠지지 마라’ ‘핵심인재란 없다. 인재가 핵심일 뿐이다’ 등등 매우 신선하고도 다양한 화두로 참석자들의 사고의 폭과 깊이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MINI INTERVIEW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Court 4.0’ 시대를 맞아 법원은 엄숙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연한 조직문화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외부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법원 아카데미 등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야 합니다. 진정한 소통은 과정의 투명성과 결과의 공정성이 반영된 ‘재판 품질’에 달려 있다는 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법률서비스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임을 깊이 인식하고, 직원 각자 본인이 사법부의 대표라는 자중감으로 업무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김현주
전 서강대 교수
특허법률사무소 자문역
지식재산권 관련 강의차 왔다가 강연을 듣게 되었어요. 고수는 단순하고 하수는 복잡하다며 ‘Simple is beautiful’이라고 하셨는데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는 말씀은 진리처럼 느껴졌고요. 이는 조직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요.

박선영

행정관(법원도서관 총무과)
‘장점을 극대화하라’ ‘달라야 살아남는다’ ‘태어난 미션을 기억하라’ 등 오늘 해주신 여러 말씀은 나중에 아이에게 꼭 전하고 싶을 만큼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올해는 사기업에서 일하다 대법원으로 이직한 지 만 10년이 되는 해예요. 초심을 잃지 않고 살고 있는지 돌아볼 정도로 큰 자극이 되었어요.

이동규의 <이심전심> 시리즈 소개
“피플 퍼스트(People 1st)”

만족한 직원이 만족한 고객을 만든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이른바 ‘갑질’ 문제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갑을 관계에서뿐 아니라 을 사이에서도 유사 갑질이 성행하며, 땅콩 회항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같은 회사 내에서도 갑질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런 문제는 사람과 사람 간 관계가 주업무인 서비스업에서 더욱 현저하다.

그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 고객만족(CS) 이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맹목적인 도입에 있다. 1990년대에 관련 개념이 도입된 이래 현재 국내 경영 현실에서 CS는 하나의 종교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손님’이라는 정겨운 단어 대신 ‘고객’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막강한 신분상의 위력 앞에 직원들은 몸을 낮추고 무제한적인 친절을 생산해왔다. 고객만족을 절대가치로 신봉해온 부작용과 후유증은 업종을 불문하고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차장 안내 직원의 뺨을 때리는 식의 막무가내 고객과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조차 직원들은 조직에서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의 보호는커녕 일방적인 굴종을 강요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고객은 왕이고 직원은 봉이 되어버린 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원만족도(ESI)는 형편없는 직장이 고객만족도 대상을 수상하는 코미디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각종 평가 시스템이나 모니터링 제도 등을 도입하고 교육훈련을 강화해 고객만족도(CSI)를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기조가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열 받은 직원이 만족한 고객을 계속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불친절이 대명사일 정도로 고객 개념이 취약한 국내 업계에서 서구 CS 이론의 전파가 국내 고객의 지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전문적인 서비스 품질 체계를 견인해온 것은 사실이다. 또한 사업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고객을 만족시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재 월/일 단위로 평가받는 대부분 조직의 고객만족도 담당자나 콜센터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젠 공공 부문까지도 P-CSI라 하여 민간 부문 못지않은 수준에 접어든 지 오래다.

사실 직원 개개인이 업무에 필요한 감정을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말투, 표정, 몸짓 등 드러나는 감정 표현을 마치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해내야 하는 이들 근로자의 상당수는 이른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우울한 상태가 이어지거나 식욕 등이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감정노동자(emotional worker)’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선진 서비스 국가 진입이라는 국가적 과제 수행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서 ‘고객(customer)’이란 말은 18세기 유럽의 관세청(customs)에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매일 국경을 통과해야 하는 무역업자들로서는 관세를 징수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사업의 흥망이 결정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들을 상전으로 대접했다고 한다. 이후로 자신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상대라는 뜻에서 ‘고객’이라는 말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의 전문 서비스 경영 이론은 맹목적인 고객만족은 난센스에 불과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 거절도 고려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타깃 고객에게 유니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국내 기업들이 ‘블랙 커스터머(black customer)’라 불리는 일명 진상 고객을 다루는 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기존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고객의 갑질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세계적인 서비스 기업의 성공은 바로 ‘인간존중’이라는 최고의 기업경영 원리에 기인한다. 여기서 그 출발점은 바로 ‘피플 퍼스트(People First)’, 즉 직원존중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은 예외 없이 이 원칙을 경영의 제1조 제1항으로 삼고 있다. 맥도날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Ray Kroc)의 경영이념 역시 ‘인간존중’이다. 거대 기업 맥도날드의 성공은 바로 이런 원칙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고 평가된다. 맥도날드 직원들은 그들의 회사를 “사람들이 만드는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햄버거를 만드는 사람들의 회사”라고 부른다. 업계의 전설로 꼽히는 리츠칼튼 호텔은 경영원칙을 집대성한 핵심 가치로 서비스의 ‘황금표준(Gold Standards)’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우리는 신사, 숙녀를 모시는 신사, 숙녀다”라는 문장은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물류 부문의 세계적 거인인 페덱스 창업자 프레드릭 스미스(F. Smith) 회장 역시 일찍이 직원-고객-주주로 이어지는 서비스업의 선순환 구조를 간파하고, 창업 철학으로 유명한 ‘PSP’ 원리를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최고의 직원에게 최고의 보상을 해줌으로써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 위대한 성공을 일궈냈다. 페덱스는 소유한 항공기만 700여 대에 이르며 하루 400만 개의 소포를 처리하는 거대 기업이다. 365일 그 소포들을 실어 나르는 화물비행기에 붙어 있는 수많은 애칭이 바로 직원들의 아이들 이름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자기 자식의 이름이 붙은 비행기를 모는 직원들의 심정은 직원만족이란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웨그먼스 슈퍼마켓은 한 술 더 떠 “직원 먼저, 고객은 다음(Employees first, Customers second)”이라는, 우리로서는 입이 벌어질 문구를 내걸고 있다. 직원들이 애견을 데리고 출근하는 구글이나 식사시간에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 SAS 같은 회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철학은 간단하다. 무엇보다 ‘만족한 직원(people)이 만족한 고객(customer)을 만들고, 만족한 고객이 만족한 주주(stockholder)를 만든다’라는 최고의 경영 선순환 원리에 대한 강한 믿음이다. 고객이 왕이면 직원도 왕이다. 고객만족을 그토록 강조해온 우리나라에서 그 근간이 되는 직원 존중을 소홀히 해온 결과, 종국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직원존중’ 하면 대개 물질적인 보상을 떠올리는데, 사실 물질적인 것이 직원만족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3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recognition)이다. 신뢰와 자부심에 기초한 인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자존심이 유달리 강한 한국인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기업 경쟁력의 바로미터는 결국 직원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직원들의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태도는 경영 현장에서 사업의 초기 성공을 좌우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의구심을 갖거나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제품과 서비스는 실패한다. ‘종업원은 최초의 시장이다(People is the first market)’라는 생생한 교훈이 탄생하게 된 이유다.
모든 고객이 왕이 아니듯이 직원 또한 종이 아니다. 고객은 결코 갑이 아니며, 직원 또한 을이 아니다. 서비스란 원래 일방적 거래가 아니며,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이자 쌍방 커뮤니케이션 게임이다. 고객은 웃고 있는데 정작 우리 직원은 뒤에서 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든 경영자의 필수 점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두줄칼럼>은 국내 최초의 초미니 칼럼이다.

이는 필자가 지난 30여 년간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오랜 세월 숙성시켜온 독창적인 생각창고(House of Thinking)를 풀어낸 것이다.
이동규교수

글_백영순·사진_엄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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